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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카페 시장의 다음 컷,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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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업계의 틀을 깨버린 이태원 클라쓰

    2. 하드웨어 못지않은 소프트웨어

    3. 주택가에서 그려야 할 다음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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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내부_출처 : 바이브랜드

     

     만화카페 자주 가시나요? 프랜차이즈 매장이 늘어나며 빼곡하게 비치된 좌석과 분식집에 가까운 메뉴판이 업계 공식이 됐죠.


    이태원 경리단길의 ‘그래픽’은 다릅니다. 초호화 스케일의 3층짜리 외관을 마주하면 ‘이게 만화방이야?’ 싶은데요. 공간이 아까울 정도로 좌석이 적은 데다 음식을 판매하지도 않습니다. 만화책의 반찬인 라면조차요.


    낯설지만 반가운 고급 시설을 앞세워 2022년 3월 오픈 후 이태원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내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은 데다 주말이면 100팀 넘게 웨이팅이 이어지죠. 그래픽 김륜현 매니저와 함께 이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업계의 틀을 깨버린 이태원 클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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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행 통로에 위치한 그래픽 로고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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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 규모로 구성된 그래픽 내부_출처 : 바이브랜드

     

     입구행 통로는 미술관을 연상시킵니다. 무드등이 벽면의 ‘GRAPHIC’ 로고를 비추며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매장에 들어서면 그제야 만화카페에 온 것을 실감합니다. 진열대에 꽂힌 무수한 책과 공용 테이블 그리고 여러 유형의 좌석이 즐비하네요. 약 100평 규모지만 입장 가능 인원은 최대 60명. 시간제한 없이 일 사용료는 1만 5천 원입니다. 프랜차이즈 만화카페인 놀숲 이태원점의 5시간 요금제와 동일하며 20여 종 음료가 무료 제공됨을 감안하면 비싸진 않네요. 맥주를 비롯해 1만 원 후반대의 위스키와 칵테일 및 와인도 판매합니다.


    그래픽의 지향점은 ‘어른들의 놀이터’입니다. 방해받지 않고 가볍게 술 한잔하며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하죠. 주고객층은 2030대지만 4050대의 방문 비중도 높은 편입니다. “애초에 만화카페보단 라이프스타일 숍을 표방했어요, 어른들에게 익숙한 놀이 중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화를 선택한 거죠.” 온전히 만화책에 몰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의 기회를 포착했다고 합니다. 기존 만화카페가 아닌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참고한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츠타야 서점: 일본의 명소로 불리는 라이프스타일 서점. 여행 코너에서 캐리어 및 여권 케이스를 함께 판매하는 등 독특한 큐레이션 방식으로 유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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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에서 내려다본 그래픽의 1층 내부_출처 : 바이브랜드

     

    1년 6개월에 걸쳐 완성한 인테리어 역시 이곳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의도적으로 독서 코너 주변엔 창문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책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한 콘셉트라고 하네요. 대신 천장의 유리창을 통해 유입된 자연광이 곳곳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하드웨어 못지않은 소프트웨어

     

    그래픽 요소가 있는 책이라면 모두 다루겠다는 뜻의 매장명처럼 만화카페에서 보기 드문 아트북과 그래픽 노블을 찾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1700년대 마법 문화를 엮어낸 도서와 구텐베르크 성서를 재현한 활자본, 타투 가이드 등 이색 콘텐츠가 그득하죠. 일반 서점이라면 비닐 동봉됐을 200만 원대 책까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고요.


    도서 매입 시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그래픽의 원칙입니다. 월마다 약 100권의 판매용 도서를 업데이트하며 팀원들이 절판본을 수급하기 위해 중고 거래에 나설 때도 있죠. 실제로 이색 작품들은 매장 실적에 혁혁히 기여합니다. 2022년 기준 가장 판매량이 높은 건 아트슈피겔만의 ‘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고통을 기록한 그래픽 노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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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북과 그래픽 노블 등으로 가득한 진열대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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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램덩크 전집과 나이키 디자인북이 진열된 스포츠 코너_출처 : 바이브랜드

     

    폭 넓은 도서가 특색 있는 큐레이션의 근간이 됩니다. 스포츠 코너에 슬램덩크 전집과 나이키 디자인북이 나란히 자리하는 것처럼요.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라고 합니다. 음식 카테고리로 눈을 돌리면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와 중국 맛집을 소개하는 유명 만화 차이니즈 봉봉 클럽이 있습니다.



     

    주택가에서 그려야 할 다음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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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가에 위치한 그래픽_출처 : 바이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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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에 마련된 클래식한 분위기의 좌석_출처 : 바이브랜드

     

     ‘이태원 중에서도 왜 이곳일까?’ 그래픽 주변의 상권을 보며 든 의문입니다. 오브제에 가까운 건축물에게 주택가 풍경은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경리단길 끝 쪽이기 때문에 이태원역으로부터 접근성이 좋은 편도 아닙니다. 서점의 톤앤매너에 맞춰 동네의 메인 상권보다는 차분한 느낌의 골목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취향이 확실한 이태원 방문객들의 특성상 매력적인 공간이 되면 충분히 찾아올 거라고 전망했죠.


    이곳에서 팬덤을 쌓는 것이 그래픽의 우선과제입니다. 팬덤 확보에 성공한다면 만화 애호가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올바른 콘텐츠 유통에 기여하는 만화책 OTT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의 주인공 박새로이가 이태원에서 창업한 포차를 프랜차이즈화했듯 추가 출점 가능성 또한 열어두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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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에서 올려다본 그래픽 내부_출처 : 바이브랜드

     

    그래픽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캐나다의 서점 ‘인디고’가 떠올랐습니다. 2019년 온라인으로 도서를 판매하던 아마존의 공세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낸 곳입니다. 약 800평대 널찍한 공간에 흥미로운 큐레이션을 채운 것이 인디고의 경쟁력인데요. 예컨대 식탁의 즐거움이란 코너에선 요리책과 함께 다양한 소재의 주방용품을 전시하며 웰니스 숍엔 요가 관련 도서와 웨어러블 운동 기기 및 향초 등을 비치합니다. 판매 굿즈의 대부분을 자체 제작할 정도로 큐레이션에 진심을 다하죠.


    그래픽이 주목받은 배경도 유사합니다. 연재가 중단된 만화처럼 정체됐던 시장에서 새로운 시설과 큐레이션으로 승부했으니까요. 마니아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초호화 시설을 유지하되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교체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겁니다. 그래픽이 희귀하면서도 가치 있는 작품 매입에 힘을 쏟는 이유겠죠. 만화카페 시장의 새로운 컷을 연재할 이곳의 행보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네요.

     

     


     

     

    출처 : 바이브랜드(buybra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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