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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나와 만든 SNS, ‘좋아요’ ‘알고리즘’ 없앤 UX 전략은? (feat. 레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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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선 샤프 레트로 창업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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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와 ‘알고리즘’ 없는 SNS를 상상할 수 있나요? 있어도 얼마나 인기 있을까 싶은데요. ‘레트로(Retro)’의 행보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3년 전 미국에서 출시된 레트로는 독특한 소셜 앱입니다. 사진 공유 기능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기존 SNS와 정반대입니다. ‘좋아요 수’와 ‘친구 수’가 공개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의 콘텐츠를 추천하지도 않습니다. 볼 수 있는 거라곤 내가 올린 사진과 친구가 올린 사진뿐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밋밋한 맛’이건만, 사용자 반응은 열광적입니다. 실리콘벨리 유명 인사들과 셀럽, 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고요. 인스타그램 창업자도 팬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직업도 연령도 다양한 이들 레트로 팬덤의 공통점은 ‘기존 SNS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거대한 광고판이자 콘텐츠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해버린 SNS의 본질적인 역할을 되살리고 싶었다”는 네이선 샤프(Nathan Sharp) 레트로 창업자의 말처럼 레트로는 ‘가까운 친구와의 연결’을 목표로 만들어졌는데요.


    비전도, 타깃도, 기능도 모두 인상적이지만 레트로를 보며 든 가장 큰 궁금증은 경험 설계 전략을 어떻게 짰을까 하는 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소셜 앱이잖아요. 단순히 ‘기존 SNS의 문법을 모두 파괴’하는 것만이 유일한 전략은 아닐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네이선 샤프를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가 ‘좋아요’와 ‘알고리즘’을 없애면서까지 궁극적으로 의도한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시대를 역행하는 SNS, 레트로의 UX 설계 전략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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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선 샤프 레트로 창업자는 메타 디렉터 출신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스토리 기능 개발을 총괄했다. 이후 메타를 그만두고 2022년 레트로를 창업했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현재 레트로의 사용자는 100만명을 넘어섰고, 게시된 사진과 영상은 2억 개에 달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인스타그램 나와 레트로 창업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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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의 핵심인 주간 사진첩. 네이선 사진을 업로드한 모습(자료=레트로 캡처)

     


    레트로의 핵심 기능은 주간 사진첩입니다. 앱을 열면 이번주 사진첩이 가장 먼저 보입니다. 화면을 위로 쓸어 올리면 지난주, 지지난주 사진첩을 볼 수 있습니다. 주간 사진첩에는 그 주에 찍은 사진만 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찍은 사진을 이번주에 올릴 수는 없죠. 사용자는 매일 또는 매주 레트로에 접속해 추억을 선별한 뒤 업로드합니다.


    레트로는 앞서 말했듯 다양한 부분에서 기존 SNS와 정반대로 설계됐습니다. 타인의 게시물로 도배된 다른 SNS와 달리 자신의 사진첩이 먼저 노출된다는 점도 그렇고요. 친구 사이가 아니라면 타인의 프로필에 접속할 수조차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의 사진이 추천되는 일도 없죠. ‘좋아요’를 누를 순 있지만, 누가 몇 개를 달았는지는 게시물 주인만 알 수 있습니다.


    네이선이 이토록 사적인 SNS를 개발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대 SNS 기업 메타에서 오랜 기간 재직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온 그는 어느 날 “요즘 SNS에서는 더 이상 진짜 친구들의 소식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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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피드 상단에 뜨는 스토리(Stories)는 24시간 뒤면 사라지는 형식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더 부담없이 일상을 공유하길 바라는 의도로 네이선 샤프 팀이 개발했다(자료=메타)

     


    네이선은 메타에서 제품 디렉터(Director of Product)로 일했습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Stories)’는 그가 만든 가장 대중적인 서비스 중 하나인데요. 동시에 그가 메타를 그만두는 결정적 계기이기도 합니다. 스토리는 레트로의 원조격입니다. 네이선은 남의 시선 때문에 업로드를 주저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점을 발견하고는 게시물이 24시간 뒤면 사라지는 스토리를 개발합니다.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말이죠.


    스토리는 금세 성공을 거뒀지만 네이선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스토리가 점점 상업화됐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스토리의 트래픽과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인플루언서와 기업의 광고성 게시물이 늘었습니다. 네이선은 “스토리가 마치 공연장으로 변한 것 같았다”고 회고합니다.



    출시 직전 한 달이 가장 좋았어요. 스토리를 먼저 이용해본 팀원들이 ‘너 개를 키웠구나?’ 하면서 웃고 떠들며 친밀감이 형성됐죠. 하지만 출시 이후 트래픽이 증가하자 광고주 친화적인 방향으로 알고리즘이 변했습니다. 때문에 스토리에서도 친구의 소식을 찾기가 어려워졌어요.



    네이선은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가 메타를 나와 새로운 소셜 앱 레트로를 창업한 이유입니다.




    사용자의 부담을 없애라, 레트로의 UX 전략


    가장 먼저 결정한 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기존 SNS가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린 건 광고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한 탓입니다.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광고를 받기 위해선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야 했고, 그렇게 자극적인 콘텐츠가 무한히 뜨는 지금의 SNS가 완성됐습니다.


    레트로가 광고 대신 구독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한 까닭입니다. 네이선은 “사용자는 필요한 만큼만 머문 뒤 떠날 수 있어야 한다”며 “레트로에선 사진을 올리고 친한 친구들의 사진을 구경하는 걸로 충분하다. 트래픽이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사용자를 붙잡아둘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다음은 앱의 UX를 설계할 차례입니다. 네이선은 많은 SNS 사용자가 게시물을 올리는 데 부담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SNS 본연의 역할인 ‘자연스러운 일상 공유’에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네이선은 사용자가 부담감을 느끼는 세 가지 심리적 요인을 발견한 뒤 이를 제품 UX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순서대로 살펴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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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선의 표현을 빌리면 레트로는 ‘슈퍼 심플(Super Simple)’한 앱이다. 매주 촬영한 사진을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게 전부다. 사진의 비율을 수정하거나 꾸밀 수도 없고, 좋아요와 친구 목록도 비공개다(자료=레트로)

     


    첫 번째 요인은 멋진 사진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입니다. 내가 올린 사진이 초라해보일 것 같다는 기분이 업로드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레트로는 몇 가지 기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필터와 스티커, 코멘트 달기 같은 사진 꾸미기 기능을 과감히 없앴고, 비율 수정 없이 원본 그대로 올리도록 했습니다. 네이선은 자신의 프로필에 업로드된 보정 없는 사진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가 올린 사진을 보세요. 인스타그램에 이런 걸 올리면 친구들은 지루하다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일상이 항상 흥미로울 순 없죠. 레트로에선 뭘 올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사진은 그 자체로 빛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반응에 대한 압박감입니다. 친구나 팔로워가 많지 않은 사용자는 게시물에 좋아요가 적게 달릴 것 우려합니다. 때문에 레트로는 좋아요 수와 친구 목록을 타인이 볼 수 없도록 했습니다.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는 오직 본인만 확인할 수 있죠.


    세 번째는 프라이버시입니다. 타인과 연결되고 싶지만, 동시에 모든 사생활을 공개하는 건 꺼려져 업로드를 망설이는 심리입니다. 특히 Z세대에서 이러한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고요. 이에 레트로는 ‘친한 친구’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게시물은 최근 4주만 공개됩니다. 이중 프로필 잠금 해제 기능인 ‘키(Key)’를 주고 받은 친구끼리만 모든 게시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생활이 보호받는 느낌을 받고, 더 편안하게 사진을 올릴 수 있다”는 게 네이선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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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스토어에 달린 레트로 후기. 레트로를 추억 기록 앱으로 활용하는 사용자가 많다. 이는 레트로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경험이다(자료=앱스토어 캡쳐)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UX를 통해 레트로가 꾀한 것은요. 레트로에 사진을 업로드하는 행위가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기록’으로 여겨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소셜 앱이지만 사진 보관 앱처럼 쓰는 사용자가 많은 이유입니다.



    소셜 앱에서 가장 중요한 미션은 무언가를 업로드하도록 유도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사용자가 자신을 위해 추억을 기록하는 느낌을 받도록 UX를 설계했습니다. 친구와의 소통은 그 부수적인 효과인 셈이죠. 레트로는 사용자가 자유롭고, 아늑하며,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감정을 느끼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지표로도 증명됩니다. 레트로에 따르면 하루 방문자(DAU)의 약 49%가 게시물을 업로드합니다. 일반적인 SNS에서는 이 숫자가 20%만 돼도 성공이라고 하니 그 차이가 확연히 짐작됩니다.

     

    UX 리서치 전략도 물었는데요. 네이선은 “메타와 달리 회사 규모가 작아 대단한 리서치 방법론을 쓰지는 못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두 가지 핵심 원칙을 전했습니다.

     

    우선 개방형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만약 마법의 지팡이가 생겨 레트로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시겠어요?’ 같은 질문입니다. 또 하나는 레트로만의 특징인데요. 사용자의 감정에 집중합니다. 새로운 기능이 즐거움을 주는지, 설렘을 주는지 기분을 묻습니다. 그래야 추구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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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선은 “공유보다는 기록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UX 설계 전략을 통해 자연스러운 사진 업로드를 유도했다”고 전했다. 하버드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구글 인턴 시절 기술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고 빅테크의 길로 접어들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레트로가 꿈꾸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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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는 출시 후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1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모았고, 누적 게시물 2억 개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순전히 제품력 덕인데요. 주간 사진첩 외에도, 친구가 아닌 사용자의 게시물을 볼 수 있는 일종의 그룹 사진첩인 앨범 기능을 통해 '느슨한 관계의 즐거움' 을, 앱에서 메시지를 보내면 미국 본사에서 실제 종이 엽서를 발송해주는 엽서 기능으로 '아날로그 연결의 소중함'을 구현했습니다.


    레트로는 현존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SNS로 평가받지만, '인스타그램의 대항마'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두 앱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용자는 레트로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는 동시에 여전히 기존 SNS를 엔터테인먼트 및 트렌트 파악용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의외로 아시아 국가에 많습니다. 사용자 순위는 대만, 일본, 한국, 미국 순으로 높은데요. 특히 대만과 일본에선 앱스토어 1위(소셜 카테고리)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 중입니다. 아무래도 집단의 결속력이 강한 아시아권에서 더 인기가 있다는 설명이고요. 해당 국가에서는 밴드나 아이돌 그룹이 팬들과 소통하는 팬덤 앱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팬덤 문화가 활발한 한국에서도“한번 입소문이 나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네이선은 전망하는데요.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입니다. 출시 이후 쭉 무료로 서비스되다 얼마 전 구독 모델을 출시했는데, 이미 서버 운영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사용자가 몰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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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트로의 디자인은 90년대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VHS) 문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오리지널 로고는 비디오 테이프의 오래된 슬리브에서 영감을 받았다(자료=레트로)

     


    정리하면요. 좋아요도 알고리즘도 없는 독특한 소셜 앱 레트로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설계된 제품입니다. 기업과 인플루언서의 광고성 게시물을 없애기 위해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고요. 기존 SNS 사용자들이 사진을 업로드하기 전 느끼는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좋아요와 친구 목록, 사진 꾸미기 등 SNS의 핵심적인 기능을 과감히 제한했습니다. 그 의도는 레트로가 사용자 자신을 위한 추억 기록 앱으로 여겨지도록 하는 것이고요.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사진 업로드를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네이선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소셜 앱이 실제 인관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소셜 미디어가 실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SNS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시간과 의도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앱이 사용자를 존중한다면 분명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작 장준영

    출처 디지털 인사이트(DIGITAL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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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진희 (070-7775-9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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