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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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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콤·WPP 등 글로벌 에이전시 행보 정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광고 에이전시 업계에 위기감이 번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BBDO, DDB, TBWA 등 유명 에이전시를 거느린 세계 최대 광고 그룹 옴니콤 그룹의 랄프 파르도 미디어 부문 북미 CEO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더 이상 뭔가를 ‘쥐고(Holding)’ 있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가 아니다. 역량회사(Capability Company)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그간 산하에 수십 개의 에이전시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광고주를 설득해 왔는데, 이제는 이런 ‘규모의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에이전시 산업에는 오랜 기간 위기론이 돌고 있습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꼽히는 건 기업의 내재화입니다. AI 등장 이후, 원래라면 에이전시에 맡길 업무를 기업들이 직접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에이전시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든 겁니다. 실
제 지난해 11월 나온 세계광고주연맹(WFA) 조사에 따르면 인하우스 팀의 71%가 이미 마케팅 업무에 AI를 부분 도입했으며, 93%는 향후 1~2년 안에 AI 기술에 추가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랄프 파르도 CEO 또한 “AI가 모든 영역에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며 광고 업계도 예외는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즉, 이번 발언은 옴니콤 그룹 같은 글로벌 초대형 회사조차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해야 할 만큼 에이전시 산업의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에이전시가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갈 방법은 무엇일까요. 랄프 파르도 CEO는 에이전시가 제공하는 솔루션과 서비스에는 여전히 강력한 가치가 있다면서도 “광고주 필요에 맞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구체적인 전략을 글로벌 광고 그룹의 최근 행보를 통해 살펴봅니다.
1. 전략 파트너가 돼야
글로벌 에이전시가 취한 첫 번째 전략은 역할 변화입니다. AI 자동화 도구는 이미 집행과 최적화, 데이터 분석 등 미디어 구매 과정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고 있는데요. 이에 랄프 파르도 CEO는 반복적인 업무를 도구에 넘기는 대신, 전략과 판단을 맡는 쪽으로 회사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옴니콤 미디어가 그리는 역할은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지난 3월 디지데이 미디어 바잉 서밋에 참가한 랄프 파르도 CEO는 광고주와 빅테크 플랫폼이 직접 거래하는 흐름을 언급하며 “기업은 사업을 소수의 몇 곳에만 기대어 유지할 수 없다”며 “바로 이 지점이 컨설턴트이자 파트너의 역할이고, 우리 업계가 차지하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요컨대 광고주가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빅테크와 직접 거래한다 해도 여러 채널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계속 살피며 조정해야 하는데, 그 역할은 미디어 전문 회사인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략 파트너로의 전환은 자연스럽게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다양한 계열사를 둔 거대 기업일수록 부서 간 장벽(사일로)이 체질 전환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실제 랄프 파르도 CEO는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 캠페인을 사례로 들며 “인플루언서가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브랜드, 커머스에 걸쳐 영향을 주는 만큼 각 부서가 수평적으로 함께 기획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도는 더 있습니다. 세계 최대 광고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WPP 그룹은 지난 2월 “우리는 더 이상 지주회사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며 미디어·크리에이티브·프로덕션·엔터프라이즈솔루션 네 개 사업부로 통합했습니다. 이른바 ‘Elevate28’ 계획입니다.
계속되는 매출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편 프로젝인데요. 신디 로즈 WPP 그룹 CEO는 해당 개편을 두고 컨설팅 기업과 대형 디지털 플랫폼 양쪽 모두를 상대로 “WPP 그룹의 입지를 재조정하는 작업”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신설된 WPP 엔터프라이즈솔루션 사업부에 ‘AI 전환 컨설팅’이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포함되는 등 대행 업체에서 전략 파트너로 포지셔닝을 바꾸겠다는 것이죠.
2. 달라진 인재상

글로벌 에이전시가 선호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있습니다.
앞선 팟캐스트에서 랄프 파르도 CEO는 ‘M자형(M-shaped) 인재’를 우선한다고 밝혔습니다. 그에 따르면, M자형 인재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되 최소 두 개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입니다. 조직 통합으로 부서 간 협력이 늘면서 한 사람이 여러 영역을 엮어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다른 에이전시들도 채용 기준을 다시 세우고 있습니다. 섀넌 무어먼 WPP 그룹 글로벌 인재유치 총괄은 지난해 11월 “AI 도구에 매우 능숙하고 얼리어답터인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회사 전체가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이런 도구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WPP는 지난해 말 기준 AI 요건이 포함된 자사 채용 공고가 2024년 대비 50%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솔루션 아키텍트’ ‘AI 에이전트 개발자’ 같은 직군이 새로 등장한 이름인데요. 동시에 6만 개에 달하던 자사 직무 타이틀을 600개 미만으로 통폐합하는 등 개편된 조직 체계에 맞춰 직무를 재설계했습니다.
인재 재투자도 주목할 만한 흐름입니다. Elevate28 계획과 함께 수 년간 수 천 명 규모의 감원을 예고한 WPP 그룹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감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커머스 인재, 인플루언서 인재, 애널리틱스 인재 등 다른 유형의 인재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3. 정산 방식도 바뀌어야
이처럼 AI 시대 들어 에이전시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가운데, 정산 방식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난 6월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에서 신디 로즈 CEO는 전통적인 시간당 공수 기반 청구 모델(Time-and-materials Model)을 두고 “사람과 AI 에이전트가 섞여 더 빠르고 저렴하게 일을 끝내는 세상에서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AI를 활용하면 동일한 수준의 결과물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는데, 기존의 청구 방식을 채택하면 에이전시의 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WPP 그룹이 제시한 대안은 성과연동형 모델(Outcomes-based Model)입니다. 광고주의 매출에 따라 에이전시가 받는 보수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얼마나 제대로 캠페인을 만들었는지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고, 그 편이 AI 시대의 정산 방식으로 더 적합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WPP 그룹은 재규어랜드로버와 성과연동형 보수 계약을 체결했으며 양쪽 모두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보수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옴니콤 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존 렌(John Wren) 옴니콤 그룹 CEO는 생성형 AI가 워크플로우를 재편하는 상황에서 “시간 기반 청구에서 결과 기반 모델로 점점 옮겨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구상 단계로 WPP 그룹과 같은 계약 사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수익성 개선까지는 아직 멀어
다만 이러한 시도가 수익성 개선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WPP 그룹의 올해 1분기 순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했습니다. 주요 25개 클라이언트의 매출만 놓고 보면 계약 해지 건을 제외해도 9.4% 감소했습니다. 세계 1위 옴니콤 그룹도 올 2분기 순매출이 2% 감소했죠. 글로벌 광고 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인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신디 로즈 WPP CEO는 1분기 실적 하락을 두고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매출을 낮추는 압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고요. 그 해법이 앞서 살펴본 성과연동형 모델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합니다. 계약마다 비용의 상한과 하한을 정해야 하는 만큼 협상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광고주의 매출 데이터를 에이전시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해 웬만큼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 세계 3대 광고 그룹으로 꼽히는 퍼블리시스 그룹은 성과연동형 모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퍼블리시스 그룹 경영진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완전한 성과연동형 모델은 여전히 상당히 제한적이며,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는데요. 대부분의 계약은 여전히 전통적 수수료 구조에 소폭의 보너스와 패널티를 얹은 형태이며, 그 변동폭이 전체 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최근 글로벌 광고 그룹들은 에이전시 산업에 닥친 불황에 대응해 과감한 체질 변화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위기는 비단 광고 업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넓게 보면 대행업이 지닌 구조적인 한계가 AI 시대에 선명히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과연 어떤 전략이 정답인지 꾸준히 지켜봐야겠습니다.
제작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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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도연 (070-777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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