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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만들지 말고 설계할 것” 김우정 프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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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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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와 글쓰는 기획자 인터뷰
콘텐츠 업계에 ‘AI 대전환’이 시작됐습니다. EBS는 국내 방송사 최초로 AI 전환을 선언했고, 글로벌 OTT와 극장에도 AI로 만든 작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만드는 방법도, 쓰는 도구도, 필요한 인력도 통째로 바뀌는 변화입니다.
이 흐름의 한복판에 김우정 프롬(PROM) 디렉터가 있습니다. 20년간 기획자로 일하며 광고, 영화, PR 업계에 몸담았던 그는 2023년부터 AI로 스토리를 쓰고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 이듬해 국내 최초의 AI 스토리텔링 랩 프롬을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수강생은 약 1000명. 현재는 MBC C&I ‘AI Contents Lab’, 한국영상대학교 등과 함께 국내외 기업의 AI 콘텐츠 제작을 돕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클로드와 글쓰는 기획자’로 소개하는 김우정 디렉터는 “앞으로 창작자는 스토리 엔지니어가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AI가 시나리오도, 영상도, 이미지도 만드는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설계와 판단’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말 성북구에서 김우정 디렉터를 만나 AI 콘텐츠 시장의 현주소와 스토리 엔지니어링의 의미, 그리고 이 시대의 창작자가 지녀야 하는 역량을 물었습니다.

AI 콘텐츠 대전환, 왜 ‘지금’인가
Q. 국내외 콘텐츠 업계가 일제히 AI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뭐라고 보시나요?
우선 비용 절감 효과가 큽니다. 예전엔 영화 한 편을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투자자 만나 제작에 들어가기까지 수 년이 걸렸습니다. 이제 단편 정도는 AI 구독료 수십 만 원이면 혼자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제작사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죠. 소비자도 바뀌었습니다. 쇼츠와 릴스에 익숙한, 이른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시청자가 등장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이들의 욕구를 채우려면 빠르게 만드는 도구가 필요한데, 그게 AI입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AI가 신진 창작자들의 돌파구가 됐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이후 극장과 TV를 찾는 사람이 줄면서 레거시 콘텐츠 시장이 무너졌습니다. 영화 감독, 드라마 연출가, 작가를 꿈꾸던 사람들의 설자리가 줄어든 건데요. 때마침 AI라는 신기술이 등장했고, 젊은 창작자들이 여기서 기회를 찾기 시작하면서 콘텐츠 업계의 AI 전환이 가속화됐습니다.
Q. 창작자 입장에서 AI의 필요성을 설명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대중도 AI 콘텐츠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보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은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더 많습니다. 지난달 한 X 사용자가 “모네 풍의 그림을 AI로 만들었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는데요. “쓰레기다” “역시 AI는 모네를 모른다”는 조롱 댓글이 수천 개 달렸습니다. 알고 보니 그 그림은 모네의 수련 원본이었죠. AI 콘텐츠에 대한 편견이 그만큼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는 올해 안에 그 인식이 바뀔 거라고 봐요.
Q.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대중을 감동시킬 만한 작품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클링으로 만든 단편 영화 ‘페이퍼 폰(Paper Phone)’이나 지난 1월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릴리(LILY)’ 같은 작품은 이미 업계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스토리나 퀄리티를 보면 곧 장편에서도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오겠구나 싶습니다.
Q. 아직까지는 AI 콘텐츠 하면 SNS에 올라오는 자극적인 ‘AI 슬롭’이 먼저 떠오릅니다.
AI 창작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어요. 얼마 전 넷플릭스가 사내 AI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세웠고, 중국 OTT 아이치이도 최근 AI 콘텐츠를 송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선 EBS가 이미 100% AI로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고, 영화관에도 AI 장편 영화가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플랫폼이 AI에 열린다는 건 AI로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들이 가치를 인정받고 판매할 파이프라인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좋은 작품이 늘어날 거라고 봐요. 그 시작이 올해 하반기라고 생각합니다.
Q. 오는 11일 콘텐츠 엔지니어링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엽니다.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AI 전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국내 창작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앞서가는 현직자들을 모셨습니다. AI 대전환을 선언한 EBS 김유열 사장이 키노트를 맡고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6’을 수상한 AI 과학 콘텐츠 플랫폼 ‘SOAK’의 김병민 PO와 드라마 연출가이자 스튜디오 클레이의 대표 최은경 감독 등 6인이 발표자로 나섭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 관건은 선구안
Q. 스토리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을 고안하셨습니다.
엔지니어링, 말 그대로 설계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AI에 맡기고, 사람은 설계하고 판단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존의 스토리텔링이나 콘텐츠 메이킹을 포괄하는 입체적인 설계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수강생 분들에게는 ‘CoS(Chain of Story·스토리의 사슬)’라는 프레임워크로 소개합니다. 생성형 AI의 사고 흐름인 ‘CoT(Chain of Thought·생각의 사슬)’를 스토리텔링에 맞게 확장한 개념인데요. 프롬프트 한 번으로 모든 걸 끝내려 하지 말고, ‘제목→로그라인→인물→아웃라인→장면→시나리오→트리트먼트→편집’ 단계별로 필요한 스토리를 추출한 뒤 마지막에 결합해야 AI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합니다. 이 워크플로우를 설계하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어요.
Q. “AI로 누구나 쉽게 창작할 수 있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I 콘텐츠에 ‘딸깍’은 없습니다. 누군가 ‘딸깍’으로 뭔가를 만들었다면 슬롭(Slop)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롬의 핵심 철학은 “사람이 시작하고, 사람이 완성한다”인데요. AI를 쓰되 전 과정에 개입하라는 뜻입니다. 판단과 수정을 반복하라는 거죠. 내 이름 달고 나오는 작품이라면 프레임 단위까지 다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AI는 평균을 내놓는 기계이기 때문에, 최종 디렉터인 나 자신이 그 수준을 끌어올려 써야 합니다.
Q. 판단과 수정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구안을 길러야죠.
Q. 선구안은 어떻게 기르나요?
좋은 작품을 많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AI를 잘 쓰고 싶은 사람일수록 전시회에 가서 좋은 그림을 보고, 셰익스피어 같은 고전을 외울 만큼 읽으라고 권합니다. 그저 많이 보는 게 아니라 좋은 걸 많이 보는 게 중요해요. 이 과정에서 직관력도 올라갑니다. 사실 AI 시대에는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사람보다 직관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학습한 AI로부터 새로운 결과물을 얻으려면 AI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이나 단서를 던져야 하니까요.
Q. 이제 프롬프트만 잘 쓰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고요.
AI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는 대충 말해도 잘 알아듣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에이전트를 만드는 거예요. 내 데이터를 읽히고, 지침이나 스킬, 플러그인 같은 기능을 활용해 반복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거죠. 클로드나 제미나이 같은 AI에 정말 많은 기능이 있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대화를 주고 받는 챗봇으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AI에 있는 ‘모든 버튼’을 다 눌러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I 시대, 나만의 공부법을 찾으세요
Q. 그간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을 가르쳤습니다. AI 시대에 빠르게 성장하는 창작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던가요?
상상력이 풍부하고 유연하게 생각할 줄 아는 분, 내가 뭘 만들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분들이 잘 적응합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 자체는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숙달할 수 있으니, AI 사용법에 매몰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Q. AI 시대에는 공부법도 달라야 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책상에 앉아 달달 외우는 게 아니라, 본질을 빠르게 캐치해 축적해야 합니다. 새 AI 모델이 나올 때마다 논문 수준으로 파고들 필요는 없잖아요. 일단 써보고 ‘아, 이건 이거구나’ 파악하면 되는 거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AI의 도움을 받아 자기만의 스마트한 공부법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을 겁니다.
그리고 끝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AI는 점점 사용하기 쉬워지고 보편화될 겁니다. 그럴수록 AI를 쓰는 사용자의 직관과 아이디어, 판단력 등이 결과물의 차이로 이어지겠죠. 따라서 공부를 통해 ‘나 자신’을 증폭시키는 것이 AI 시대를 준비하는 창작자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Q.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거란 두려움도 큽니다.
직업 하나에 자신을 가두지 마세요.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겠죠. 하지만 그만큼 기회도 생길 겁니다. 예컨대, 방송 작가라면 글쓰기라는 세로축 위에 연출·영상·기획·편집 같은 가로축을 얹어 ‘T자형’으로 자신을 증폭시킬 수 있을 겁니다.
Q. 창작자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은 창작자에게 축복이에요. 개발자에게 할루시네이션은 독이지만, 허구를 만드는 우리에겐 AI가 엉뚱한 말을 더 잘해줘야 합니다. 내 머릿속에서 안 나오는 단어, 내 편견을 깨는 장면을 AI가 던져주거든요. 그러니 AI를 적으로 보지 마세요. 적으로 생각하면 적이 되고, 동료로 생각하면 동료가 됩니다.
Q. 콘텐츠 제작이 쉬워질수록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발견되기란 더 어려워질 겁니다. 창작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 만드는 건 기본이고 결국 팬덤이 필요합니다. 직접 찾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해요. 미국의 미스터 비스트나 한국의 침착맨이 좋은 예죠. 글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고요. 앞으로 창작자들은 팬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할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고백하자면, 이번 인터뷰는 클로드를 적극 활용해 작성했습니다. 스토리 엔지니어의 인터뷰를 스토리 엔지니어링 기법으로 만든다니 재미있는 실험이 될 것 같았거든요. 김우정 디렉터의 안내에 따라 다음을 준비했습니다. 제 프로필, 가장 잘 쓴 인터뷰 3~4건, 이번 인터뷰 녹취 그리고 클로드 프로 버전. 취재 분야와 편집 방향, 주요 기사 링크가 담긴 프로필 문서는 제 클로드 계정의 기본적인 뼈대(지침)가 됐고, 인터뷰 기사는 문체와 구성 등 구체적인 레퍼런스로 활용됐습니다. 클로드 프로 버전을 구독하고 윈도우 앱을 설치하니 코워크 기능이 열렸습니다. 로컬 폴더를 읽기 때문에 매번 대화창에 문서를 붙여 넣지 않아도 됐습니다. 김우정 디렉터가 알려준 세팅과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클로드는 중간중간 제 의도를 확인해가며 초안을 작성했습니다. 그간 나름대로 클로드를 활용하곤 했는데요. 그닥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AI 특유의 문체와 전개 방식이 영 아쉽더라고요. 이번엔 달랐습니다. 타이틀과 누락된 육성, 일부 논리적으로 어색한 부분 말고는 결과물을 크게 건드리지 않아도 됐습니다. 다만 탈고는 직접 진행했는데요. “어디를 이렇게 수정해줘”라고 요청하는 것보다 제가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했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 첫 소감은 “이게 되네?” 입니다. 콘텐츠 형식이 1인 인터뷰라 좀 수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잘 써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요. 우선은 어디에 왜 활용할지부터 찬찬히 고민해봐야겠습니다(참고로 이 글은 제가 직접 썼습니다)."
제작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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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도연 (070-777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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