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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수천 년 전부터 철학자들의 화두였습니다. 문제는 입시·취업·결혼·육아와 같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단계를 따라가기만 해도 벅차다는 것. 삶에 대한 고민은 사치로 여겨지기 일쑤죠.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궁금했습니다. 이왕 사는 삶, 더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그는 책에서 답을 구했습니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재료를 얻고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면 보다 주체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죠. 2015년 9월 독서모임 커뮤니티 서비스인 트레바리가 문을 연 배경입니다.
다양한 주제로 세분화된 '클럽'에는 공통의 지적 관심사로 10~20명의 멤버가 모입니다. 돈을 내고 클럽에 가입하면 4개월간 한 달에 한 번 모임이 열립니다. 평균 회비는 24만 원.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김소영 전 대법관 등 저명인사가 클럽장인 경우에는 가격이 좀 더 높습니다.
모임을 운영해 본 사람은 알 테죠. 사람을 모으고 장소를 정하고 일정한 규칙으로 운영하는 데 품이 많이 듭니다. 모임의 번거로움은 제하고 즐거움만 누릴 수 있게 돕는 서비스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회원 수는 7만 명에 달합니다. 트레바리에서 읽은 책도 1만 7000여 권이죠. 단, 독서 자체가 핵심 서비스는 아닙니다. 책을 기반으로 맺어진 양질의 네트워크가 1순위이죠.
윤 대표는 지적 자극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와 만나서 지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직장 밖에서 새로 인간관계를 만들기도 어렵죠.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얻을 수 있는 영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1회에 8만 원 내외의 돈을 지불하고 전문가를 만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게끔 도운 것입니다.
2016년 1월 클럽장 시스템을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316명의 클럽장이 클럽을 운영해왔습니다.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 정혜승 전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센터장처럼 창립 초부터 클럽장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도 있죠.
전문가가 운영할 경우 일방적인 강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금물. 멤버들도 미리 책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장전해와 쌍방향 소통이 이어집니다. 현재 클럽장이 운영하는 클럽은 전체의 30%. 나머지는 서류-면접을 거쳐 선발된 파트너 클럽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껴 전문가가 먼저 클럽장이 되고 싶다고 역 제안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서비스에는 남녀 간 만남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의심의 시선이 따라붙습니다. 실제 '듀오바리(결혼정보회사에 따온 말)'라며 조롱하는 경우도 있죠. 윤 대표는 목적을 떠나서 가치관과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수단으로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연애만을 목적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임 전 독후감을 필수로 제출해야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심으로 트레바리를 이용하더라도 우선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눠야 한다는 뜻이죠.
온라인을 더하다
초기 트레바리는 오프라인 커뮤니티만 염두에 두고 시작했습니다. 직접 대면할 때 생기는 유대감이 있다고 확신해서죠. 기존에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를 온라인에서 유지할 수는 있어도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시작한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팬데믹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전면 중단됐죠. 2020년 4월 첫 온라인 독서모임을 출시했지만 회원 이탈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9월 회원 수는 코로나19 직전 대비 75% 줄어 최저를 기록할 정도였죠.
희망은 엿보였습니다. 2020년 9월 4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덕분에 숨통이 트였죠. 팬데믹을 거치며 연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며 회원 수도 차츰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온택트(Ontact.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 시대에 발맞춰 온·오프라인 병행의 필요성도 절감했습니다.
2021년 중순부터 IT 인력 채용을 늘리며 본격적인 온라인 전환에 나선 이유입니다. 여전히 오프라인 주력이지만 모임을 갖기 전 온라인에서 미리 책과 독후감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게 합니다.
온라인의 강점인 '발견'을 백분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클럽 하나에 참여하면 20명 내외의 사람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트레바리를 이용하는 나머지 5980여 명의 멤버와도 만날 기회가 생기죠.
다른 관심사와 취향의 멤버와 클럽을 발견하는 재미를 주고자 하는 것이 요지입니다. '놀러가기'를 통해 다른 클럽에 일회성으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한 집단 내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폭넓은 다양성 속에서 획일화를 줄이게 하는 것이죠.
"불행보다는 불안이 나아"
트레바리는 책을 보다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확장합니다. 음향기기 전문 업체 오드(ODE)와 함께 운영하는 프리미엄 영화관 오르페오 룸 앳 트레바리가 대표적이죠. 책뿐만 아니라 영화에 대한 취향도 나누고 싶다는 멤버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만들었습니다. 원작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죠. F&B 브랜드 '슈퍼마켙'도 운영해 책을 보면서 곁들여 먹을 음식료를 판매합니다.
강남 아지트를 방문했을 때, 수유실이 있는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멤버 가운데 갓난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는 아직 없었고 육아를 하는 크루(직원)도 없습니다. 대체 왜 만들었냐는 물음에 '수유실이 있으면 어떨까요'라는 실무자의 말에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계획적으로 전략을 짜고 상세히 검토한 후에 실행하기보다는 '가능성'이 보이면 시도하는 트레바리의 운영방침이 여실히 드러나죠. 이에 간혹 윤 대표의 의지와 반하거나 그가 모르는 서비스가 구현되기도 합니다.
그는 "애초에 트레바리가 사람들의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기 위한 서비스인데 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도구적으로 쓰이면 난감하다"고 말합니다. 크루의 자율성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까닭이죠.
불안은 없을까요. 윤 대표는 "불안한 것보다는 불행한 것이 더 싫다"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삶의 주인의식을 잃는다면 더 불행하다"고 강조합니다. "언제나 곁에 있는 일련의 불안정함이 나의 존엄함을 지켜준다고 믿는다"고 덧붙이네요. 일상에서 나누지 않는 다소 어렵고 때로는 불편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생각의 깊이를 더 해가는 트레바리의 지향성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트레바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플랫폼이라고 칭하지 않습니다. 장인 정신을 가다듬어 가고 있는 제조업체라고 말하는데요. 어떻게 양질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지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트레바리가 한 땀 한 땀 책으로 그려갈 미래에 기대가 모입니다.
제작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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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규림 (070-777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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