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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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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에서 기다릴게.”
요즘 2030에게 올리브영은 만남의 가교 역할로도 제 몫을 톡톡히 합니다. 랄라블라, 롭스, 세포라, 시코르… 머리를 스치는 비슷한 편집숍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습니다. 왜 올리브영‘만’ 잘 나갈까요?
H&B스토어 각축전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올리브영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국내 최초 드럭스토어였죠. 약보다는 건강 기능 제품 및 화장품에 집중하면서 H&B(Health&Beauty) 스토어(이하 H&B)라는 새 시장을 개척합니다. 이후 GS리테일이 ‘왓슨스코리아(2005년, 現랄라블라), 롯데쇼핑이 ‘롭스(2013년)’를 출시하며 H&B 삼국시대가 열렸습니다.
2018년 빠르게 규모를 키워가던 H&B시장의 성장이 둔화됩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경쟁 심화로 인한 마케팅비 확대, 최저임금 상승 영향이 크다”며 “외형 확대 전략이 맞물려 임차료 부담도 커졌다”고 분석합니다. 그럼에도 성장은 이어졌죠.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9년 시장 규모는 2조 1350억 원입니다. 상위 3사(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매장 수도 2017년 1358개, 2018년 1488개, 2019년 1515개로 지속적으로 늘었습니다.
팬데믹은 ‘둔화’를 ‘퇴보’로 바꿨습니다. 화장품 소비가 줄자 ‘B(Beauty)’에 집중한 H&B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고객의 오프라인 경험에 방점을 찍은 것도 비대면 시대 패인이 됐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H&B 시장 규모는 1조 7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습니다.
유통 공룡들은 서둘러 H&B 시장에서 흔적을 지웁니다. 지난해 11월 롯데쇼핑은 롭스 로드숍 매장 전면 철수라는 초강수를 둡니다. 업계 2위, 랄라블라도 2018년 168곳이던 매장을 지난해 70개로 줄였습니다. 올 상반기만 해도 25개 매장 문을 닫았습니다.
올리브영을 제외하고요.
MZ 접근성 높인 ‘옴니채널’
매장 수로만 따지면 올리브영이 국내 H&B 시장 점유율 85%를 달성합니다. 지난해 매출도 2조 1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올해 내 코스피 상장도 추진합니다. 사실상 시장을 평정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발 빠른 ‘옴니채널’ 전략이 일등공신입니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통합해 고객에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쇼핑환경을 뜻합니다. 2017년 올리브영은 온라인 플랫폼을 론칭하며 디지털과의 공존을 말해왔습니다. 이듬해부턴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행하며 온라인 주문 상품을 인근 매장을 통해 3시간 내 즉시 배송합니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반품/픽업할 수도 있게 했죠. 전국 1200여 곳이 넘는 매장은 판매처를 넘어 '물류 거점'으로 진화, 온라인 고객의 제품 경험을 돕는 사랑방을 자처합니다.
MZ세대는 새로운 서비스에 응답합니다. 올리브영의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2018년 8%에서 3년 만에 23%로 늘었고요. 지난해 서울 지역의 온라인 주문 가운데 매장을 통한 ‘오늘드림’ 비중은 38%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직후 배송 옵션을 시간대별로 확대하고 배송 지역도 늘린 덕도 있습니다. 처음엔 화장품을 ‘굳이’ 당일 배송받겠냐며 의심하던 목소리가 싹 들어갔죠. 박 애널리스트는 “2021년 한해 온라인 채널로만 매출 1900억 원을 늘린 것인데 오프라인 점포 130개를 늘린 것과 같은 효과”라고 분석합니다.
랄라블라와 롭스는 뒤늦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듭니다. 2020년 랄라블라는 요기요, 롭스는 롯데온과 손잡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죠. 이미 올리브영이 전체 대비 온라인 매출 비중 17%를 달성한 시점입니다. 모기업 유통망을 활용해 확장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2021년 랄라블라는 편의점 GS25에 ‘뷰티 전용 매대’를 입점시켰습니다. 롭스 역시 롯데마트 내 숍인숍(매장 안의 또 다른 매장) 형태로 들어갔죠.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뷰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데 오프라인 H&B를 유지만 해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전합니다.
Silence is Golden
올리브영 아르바이트생의 말투를 아시나요? ‘솔’음의 친절한 말씨와 서비스는 전국 공통입니다. 여기엔 본사 차원의 철저한 교육 시스템이 숨어 있죠. 올리브영은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교육시설 CJ올리브네트웍스 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아르바이트생 역시 직영점에서 근무한다면 반드시 본사 교육을 받아야 하죠.
‘친절’을 강조하지만 ‘부담’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쇼핑 중에 점원이 무엇을 찾는지 물을 때, “혼자 둘러볼게요”라고 답한 경험이 다들 있을 테죠. 올리브영은 ‘침묵 서비스’를 고객 응대 매뉴얼에 포함시켰습니다. 고객이 매장을 둘러봐도 점원들은 먼저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지 않습니다. 물론 고객이 먼저 물어온다면 언제든 친절하게 답하죠.
2016년부터 매년 고객 서비스 사례 연구집도 직원들에게 배포합니다. 전국 직원을 대상으로 서비스 수기 공모전을 실시, 고객에게 감동을 준 사례들을 뽑아 만듭니다. 본인의 메이크업을 손수 지워 테스트를 도와준 직원, 영문으로 표기된 화장품 라벨의 상품 사용법을 종이에 직접 적어 안내한 직원의 사례 등을 전하죠. 올리브영이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한 ‘2021 국가고객만족도(NCSI)’ 헬스앤뷰티 전문점 부문에서 5년 연속 1위 기업으로 선정된 배경입니다.
너여야만 하는 이유, PB
유통 채널을 넘어 ‘생산자’로 확장한 것도 신의 한 수입니다. 2007년 첫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출시하며 현재 색조, 스킨케어, 푸드 등 10개 PB를 운영 중입니다. 올리브영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들인 만큼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합니다. 입점 브랜드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지고 공급 라인도 다양화할 수 있죠.
채널만 확보했다고 끝은 아닙니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있어야겠죠. 올리브영은 1000만 건이 넘는 공식 온라인몰 리뷰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실수요를 반영해 PB를 출시합니다. 대표적인 PB 웨이크메이크는 2015년 론칭 후 6년 여간 연평균 40%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올리브영 색조 매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코스메틱 브랜드 자체로서 경쟁력도 입증했죠. 이외에도 그루밍족을 겨냥한 남성 전용 PB ‘아이디얼 포 맨’, 푸드 PB ‘딜라이트 프로젝트’ 등 다양합니다.
싱가포르, 홍콩 H&B 스토어 ‘가디언’, ‘매닝스’ 등에 입점하면서 제품력을 인정받습니다. 올 3월 현대백화점면세점에 PB 전용 매장 ‘올리브영관’을 열어 판매 채널을 국내 면세점으로도 확대했죠.
랄라블라나 롭스도 PB 제품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브랜드 단독으로 이름을 알릴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습니다. 롭스는 색조 분야 PB 제품이 전무하죠. 랄라블라는 GS 리테일 계열사 가운데 PB 상품 비중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합니다. PB제품의 부재는 ‘꼭’ 랄라블라, 롭스여야 하는 이유를 하나 줄인 것과 마찬가지죠.
독주, 과연 굳건할까?
올리브영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5823억 원입니다. 지난달 멤버십 회원 수도 1100만 명을 넘어섰죠. 그중 60%가 2030 고객들입니다.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최근 온라인 뷰티 시장이 커지면서 뷰티 시장에 도전하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늘어나서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12조 2070억 원으로 전년대비 19%가량 성장했습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패션 플랫폼도 뷰티로 외연을 넓히면서 기존 H&B, 뷰티 시장의 경쟁구도가 새로워지고 있다”고 전합니다.
2021년부터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지그재그는 ‘뷰티관’을 정식 오픈하고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패션과 결합해 뷰티 스타일링을 추천하는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성장세도 가팔랐죠.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에이블리 뷰티 카테고리는 론칭 1년 만에 거래액이 66배가량 늘었습니다. 무신사 역시 뷰티 카테고리를 확대합니다. 이미 800개 이상의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했죠.
여기에 마켓컬리, 쿠팡, 오아시스마켓 등 대형 이커머스 업체들도 뷰티 영역에 뛰어듭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뷰티 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고객 7명 중 1명이 구매할 정도로 인기 있는 제품군인 것이죠. 배달의민족도 2020년부터 B마트를 통해 화장품 즉시 배송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첫 삽을 뜬 브랜드가 영원히 1등인 법은 없습니다. 쿠팡 역시 국내 최초 소셜커머스인 티몬을 뛰어넘은 지 오래입니다. 올리브영도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H&B에서 ‘옴니채널 플랫폼’으로 체질 개선은 영리합니다. 옴니채널에서도 그 세를 이어갈까요? 아니면 전에 없던 경쟁자 앞에서 새로운 과제를 맞이할까요? 결과는 대중의 몫이며 이에 따라 우리네 삶이 풍부해지는 건 브랜드의 ENDGAME, 즉 최종 목표일 것입니다.
제작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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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규림 (070-777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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