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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I/UXUX 라이팅 관점으로 본 ‘카카오페이-삼성화재’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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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입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하 카카오페이손보)이 삼성화재에 공식 항의문을 보냈습니다. 삼성화재가 자사의 고유한 UI·UX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이에 삼성화재는 즉각 반박했고 급기야 법적 공방까지 예고됐지만, 결국 삼성화재가 논란이 된 부분을 수정하며 사건은 일단락 됐습니다.
문제가 된 부분은 해외여행자보험 모바일 가입 프로세스입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3일 해당 서비스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가 공개한 양사 서비스 비교 자료를 보면, 가입 프로세스의 흐름, 화면 구성, 레이아웃, 문구 등이 상당히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양사의 공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해당 서비스가 고민 끝에 나온 자사의 고유한 결과물이라며 표절을 주장했고요. 삼성화재는 보험 가입 프로세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공통점이라며 이를 부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삼성화재가 논란이 된 내용을 수정하면서 사실상 실수를 인정한 셈이 돼버렸죠.
이번 사건은 UIUX 디자인 저작권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며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요.(연관 콘텐츠: “UI도 표절이 인정될까?”) 결론이 나지 않은 표절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일부 문장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UX 라이팅 관점으로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브랜딩을 잡지 못했다
UX 라이팅은 텍스트를 통해 고객의 행동을 정확히 유도하는 작업입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문구를 간결하게 고치고, 나아가 일관된 목소리를 텍스트에 녹여 고객과의 친밀함을 형성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시 말해 텍스트 개선과 브랜딩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데요.
우선 텍스트 개선 측면에서 이번 삼성화재의 가입 프로세스 업데이트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동반 가입자를 입력할 때 등장했던 기존의 ‘피보험자/계약자 정보를 입력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함께 가입할 분이 있다면 추가해 주세요’로 변경됐고요. ‘해당 사항 없음’에 해당하는 버튼 문구는 ‘혼자 가입할게요’로 바뀌었습니다. 조금 더 일상적인 언어로 개선된 것이죠.
또 ‘해외병원 상해 의료비’와 ‘해외병원 질병 의료비’와 같이 의미가 단번에 와 닿지 않던 보험 보장 내용의 경우 ‘해외여행 중 다쳤을 때’와 ‘해외여행 중 아팠을 때’라는 수식어로 보충 설명하며 오해의 소지를 줄였습니다.
전반적으로 금융권 특유의 딱딱한 표현을 일상적이고 친근한 용어로 고쳐 사용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데요. 실제로 삼성화재는 수 차례에 걸친 사용자 조사를 통해 이번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모든 내용이 카카오페이손보와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UX 라이팅의 브랜딩 측면에서 봤을 때 서비스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당연히 기업의 정체성과 고객의 페르소나를 반영한 고유의 보이스 앤 톤이 텍스트에 녹아 들어야 합니다. 카카오페이는 신생 보험금융사라는 정체성과 젊은 사용자층, 모기업인 카카오의 기존 보이스 등을 고려해 UX 라이팅을 진행했을 테죠.
그러니 UX 라이팅 관점에서 텍스트가 동일하다는 건 단순한 벤치마킹 문제를 넘어 양사가 추구하는 브랜딩의 방향성까지 동일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삼성화재라는 브랜드가 카카오페이손보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면, 텍스트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브랜딩 차원에서 손실이 될 겁니다.
한 국내 UIUX 에이전시 업계 관계자는 “좋은 사례를 레퍼런스 삼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은 흔하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만의 정체성을 녹여내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카카오페이손보의 텍스트가 카카오페이손보에 최적화된 무기라고 본다면, 과연 이 무기가 삼성화재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실제로 UX 라이팅으로 유명한 배달의민족은 ‘B급 유머’ ‘키치함’ 등을 보이스앤톤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데요. 배달의민족은 빈 화면 이미지에 등장하는 ‘텅’이나 ‘찜’과 같은 단어를 통해 “앱 사용자가 이용 중 원치 않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드는 불편한 감정을 최소화하고, ‘풋’ 하거나 ‘아~’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만약 어느 브랜드가 배달의민족의 보이스앤톤이 마음에 들어 ‘텅’ ‘찜’을 그대로 활용했다면 사용자는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표절 문제를 넘어 일단 해당 표현이 기업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아 어색해 할 테고, 이는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한 UX 라이팅 에이전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UX 라이팅을 단순한 윤문 정도로 여기는 국내 기업의 인식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UX 라이팅은 UI 단계에서 문구를 바꾸는 것만 뜻하지 않는다”며 “정보 및 플로우 설계 단계부터 브랜드와 고객의 캐릭터를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이스를 도출해 서비스 전반에 적용해야 비로소 텍스트를 통한 브랜딩이 가능하다. 삼성화재는 이러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UX 라이터 역량, 더욱 중요해져
정리하면, 삼성화재의 이번 업데이트는 단편적인 서비스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브랜딩 차원에서는 고유한 목소리를 녹여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브랜딩 운운하지 않더라도 표절 논란에 휩싸인 것만으로 삼성화재의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을 텐데요. 결국 삼성화재의 주요한 고객이 일반 대중이고, 대중의 눈에 ‘표절 유무’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UI 디자인이나 UX 설계 등이 아닌 ‘텍스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화재의 주의가 부족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표절 위험을 줄이기 위해 레퍼런스를 참고하는 걸 막아야 할까요? 앞서 만난 UX 라이팅 에이전시 관계자는 “UX 라이터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수한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좋은 프로젝트를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중요한 건 벤치마킹 해도 좋은 문구와 그렇지 않은 문구를 판단하는 능력이죠. 특정 브랜드에만 어울리는 고유한 표현이라면 변주를 줘야 할 테니까요. 이를 위해 UX 라이터는 더욱 다양한 사례를 공부하며 안목을 높여야 할 겁니다.”
제작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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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유정 (070-777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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