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케팅 트렌드
- 가구도 패션이다, 아파트먼트풀
- #빈티지가구
- #세컨드핸드
- #성수동
- #렌털서비스
- #아파트먼트풀
- #퍼스트에디션
- MNK
- 12-13
- 1504
새로운 물건과 기술이 차고 넘치는 시대입니다.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가구를 모으는 이들이 수상해 보이나요?
빈티지 가구의 온도
오래되고 낡은 것, 빈티지 가구를 이렇게만 정의하면 섭섭합니다. 빈티지는 와인, 패션 등 어느 카테고리에 붙이냐에 따라 의미는 조금씩 달라지죠. 빈티지 가구 편집숍 원오디너리맨션 이아영 대표에 따르면 ‘빈티지 가구’는 디자이너의 퍼스트 에디션입니다. 예컨대 의자 다리는 3개만 있어야 한다는 등 초기 신념에서 비롯한 제품을 뜻합니다.
빈티지는 오랜 세월을 거쳐 자연스레 색상과 질감이 변화하는 에이징(aging)이 매력입니다. 럭셔리 패션브랜드 L사의 가방은 이런 맛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죠. 가구도 그렇습니다. 여러 사람과 공간을 거치며 생긴 은근한 흠집 파티나(patina)도 멋을 살려주죠. 지난해부터 미드 센추리 모던(2차 세계대전 후 인기를 끈 인테리어 양식) 가구가 열풍인데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것을 새삼 보여줍니다.
그 가치를 파악하려면 충분히 공부해야 합니다. 덴마크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의 대표 의자 ‘세븐체어(7 chair)’ 초기작과 최근작의 값어치는 완전히 다릅니다. 1950년대 세븐체어는 지금은 수급이 어려운 고급 수종 로즈우드, 티크로 제작되고 뒷면 커버도 메탈로 마감했습니다. 최근 제품은 저렴한 수종으로 만들고 커버도 플라스틱으로 바꿨죠.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을 오래 묵힌다고 해서 빈티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쓰면 쓸수록 값이 떨어지는 중고 가구와 헷갈리면 오산입니다. 빈티지 가구는 수집욕을 자극해 시간이 가면서 가격이 오르기도 하죠. 가구에만 통용되지는 않습니다. 지난 8월 애플 1세대 아이폰 미개봉 신품은 경매에서 무려 3만 5414달러(한화 약 480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출시된 지 10년도 넘은 제품인데 말이죠.
빈티지 가구는 기본적으로 디자이너 작품인 만큼 비싼 편입니다. 구매력이 있는 3040 세대가 주 고객층이지만 20대 고객도 늘고 있습니다. 개성 강한 1990년대 생의 성향과 원앤온리(One&Only)인 빈티지가 닮아 있어서죠. 시장에 숨어 있는 희소성 높은 제품을 발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네요. 이 대표는 “동일한 모델이어도 각각의 에이징과 파티나가 다르다”며 “남들이 모두 가진 것을 원하지 않는 20대와 결이 맞다”고 설명합니다.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집에 놓을 가구는 오죽할까요?
세컨드 핸드(Second-hand, 중고품) 시장이 성장한 덕도 있습니다. 지갑 사정 때문이 아니라 자원을 재사용해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보이는데요. 2020년 이케아가 자사 제품을 되팔 수 있는 ‘바이 백&리셀(Buy Back&Resell)’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국내에서도 ‘세컨드 마켓’, ‘풀티’, ‘피드’ 등 중고 가구 전문 매장 및 플랫폼이 생겼습니다. 굳이 새것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죠.
낡음에서 찾은 멋
지난 8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연 ‘아파트먼트풀(Apartmentfull)’에 다녀왔습니다. 아파트먼트풀은 ‘가구의 선순환’을 말하며 빈티지 가구 전시, 렌털, 거래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는 공간인데요.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서 7년간 빈티지 가구 편집숍 원오디너리맨션을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대표가 두 번째로 기획한 프로젝트입니다. 판매보다는 경험에 방점을 찍은 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성수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첫 번째 전시 ‘세컨드 사이클(~9/4)’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이미 구경 중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아파트먼트풀은 2층으로 이뤄진 120평 규모의 공간입니다. 1층부터 둘러보는데 1950년대 실제 은행, 학교에서 사용한 손때 묻은 책상이 관람객의 이목을 끌고 있었습니다. 기성 제품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색 조합과 디자인은 물론 은은한 파티나도 색달랐죠.
2층은 보다 입체적인 구성입니다. 직원들의 사무공간이 그대로 보이거든요. 전시품 바로 옆에서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에 투명 인간처럼 ‘가까이서 봐도 될까?’ 고민도 들었습니다. 아파트먼트풀은 일상의 공간(apartment)을 가치 있는 물건으로 채우는(full) 곳입니다. 실제 빈티지 가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설득력이 있으니까요. 1층에서는 제품들이 오브제로만 느껴졌다면 2층은 ‘가구’라는 실감이 났습니다.
기자는 ‘빈알못’이어서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고민됐습니다. 이 대표에게도 초심자 시절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10여 년 전 빈티지 특유의 온도에 이끌려 첫 의자를 구매한 기억을 꺼냅니다.
“새 제품은 스크래치를 내선 안 되고 함부로 만지기 어려워 긴장됐죠. 빈티지는 누군가 사용한 흔적에서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안목을 키우려면 가구 매장과 전시를 다니며 감도를 느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품을 구매해 공간에 다양하게 배치하면서 취향을 깨우쳐야 본연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죠. 이 대표는 “빈티지 가구를 소장하는 것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는 것과도 같다”면서 “목적을 잡고 인테리어가 우선이면 가정 내 사물들과 어울리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덧붙여 “앉을 수 있다고 다 의자가 되면 굳이 발품 파는 이유가 없다”고 전합니다.
선순환을 이루다
아파트먼트풀은 빈티지 가구가 ‘잠깐’ 필요한 사업자를 위한 렌털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화보 및 CF 촬영, 팝업스토어, 브랜드 쇼룸에 자주 활용하지만 시즌이 지나면 폐기하거나 창고에 방치하기 일쑤죠. 이에 판매가의 3~7% 수준의 렌털비로 최대 7일까지 대여해 줍니다. 제품 수량이 한정적인 만큼 올해 말까지 딱 50개의 멤버십만 발행합니다. 화보 촬영 시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제안하는 등 공간도 기획하죠. 경제적인 전략입니다.
개인 간 거래 서비스도 론칭합니다. 위탁된 제품을 선보이고 온 ·오프라인에서 보고 구매할 수 있게끔 돕는 서비스입니다. 이듬해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쪽에 스테이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보다 많은 이가 빈티지 가구를 경험할 수 있도록 꾸린 숙박 시설이죠. 아파트먼트풀은 천편일률적인 생산·소비·폐기 과정에서 벗어나 선순환을 꾀합니다.
가구는 단지 앉거나 눕는 등 ‘쓸모’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파트먼트풀이 가치 있는 피스를 찾아내 충분히 경험하고 다시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죠. 오래된 가구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온도, 아직은 낯설지만.
“저희 집 거실에는 소파가 없어요. 아직 마음에 드는 것을 못 찾았거든요. 아파트는 모든 층이 동일한 구조의 공간인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구성원 라이프스타일은 모두 다릅니다. 가구에도 각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담겨야 하는 만큼 절대 차선책을 두지 않습니다.” (이 대표)
제작 조지윤
마케팅 어떻게 진행할지 막막하신가요?
핫소스에게 마케팅 SOS 요청해보시기 바랍니다!
핫소스 마케팅 문의
070-7775-9540
작성자 |이규림 (070-7775-9540)
해당 글에 대한 문의 사항은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